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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문기사]대한민국은 지금 ‘촌 스러운 멋’ 에 빠졌다 조회수 1074

대한민국은 지금 ‘촌 스러운 멋’ 에 빠졌다

입력 : 2009-08-14 00:00

농업·농촌의 트렌드와 가치…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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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들의 시선이 온통 농촌을 향해 있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닮은 삶을 살아가는 때묻지 않은 시골에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과 ‘웰빙’이 우리 사회 최고 가치로 부각돼 집중 조명을 받고 있고 전국적으로 녹색관광(Green Tourism) 열풍이 불고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 맑은 공기와 물, 후덕한 인심 등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농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에 도시민들이 푹 빠져들고 있다. 바야흐로 ‘촌스러움’이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병도씨(35)의 가족은 올여름 색다른 휴가를 보냈다. 예년에는 주로 이름난 해수욕장이나 계곡을 찾아다녔지만 올해는 경기 이천의 한 농촌체험마을로 휴가를 다녀왔다. 1박2일 일정으로 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이들과 함께 개울가에서 붕어와 메기, 미꾸라지를 잡고 황토 염색도 체험했다. 저녁에는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낮에 수확한 옥수수와 감자를 모닥불에 구워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박씨는 “대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주말에 다시 한번 가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녹색관광 붐이 일고 있다. 주5일제가 정착되고 웰빙 문화가 확산되면서 농촌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관광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선정한 농산어촌 체험마을은 현재 650여개에 이르고 이곳을 다녀간 체험 및 방문객이 연간 1,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정보화마을과 환경부의 자연생태우수마을, 농협 팜스테이마을의 체험객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우리나라 전 인구의 4분의1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 7월 초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개최한 농어촌여름휴가페스티벌에 4,000여명이 농어촌체험마을 방문을 현장 예약한 것도 녹색관광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한다. 가히 열풍이라 할 수준이다.

도시민들이 이처럼 녹색관광에 열광하는 이유는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농촌만이 가진 독특한 ‘멋’, 바로 농촌다움에 있다. 때묻지 않은 깨끗하고 수려한 자연 풍광을 벗삼아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그 속에서 옥수수·감자·고구마를 캐고, 과일을 직접 수확해 맛보는 오감만족 행복은 농촌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또 물고기 잡기 체험을 비롯해 천연염색 체험, 전통공예 체험, 장담그기, 음식만들기, 곤충채집, 샛강 뗏목타기, 별자리 관찰, 목장 체험 등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녹색관광의 인기를 더하는 요인이다. 농촌이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고향의 추억을 되살리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여럿이 어울려 농산물을 수확하고, 먹을 것을 나누면서 도시에서 잊고 살았던 이웃간의 정과 넉넉한 마음 씀씀이와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농촌의 멋에 대한 도시민들의 열광이 한순간 반짝하고 마는 일시적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도시와 대비되는 농촌의 자연환경, 여유, 정, 향수 등이 도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특히 최근 ‘녹색’ ‘친환경’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농업·농촌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지만 질적 개선 노력이 없으면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농업·농촌이라는 상품의 가치를 어떻게 관리해 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농촌에 내재한 가치, 곧 ‘멋’을 최대한 살려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시민이 농촌에서 기대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세련미가 아니라 거칠고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멋, 소박함, 여유 등 농촌이 가진 본연의 모습”이라며 “곧 농촌다움이 도시민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석 기자 kslee@nongmin.com


https://www.nongmin.com/plan/PLN/SRS/602/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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